2.
어느날 나는 엄마와 함께 차를 타고 가고 있었다. 길목을 지나가는데 창문밖에 할머니와 손녀가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손녀가 무언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짜증을 내며 뒤에 축축 쳐지며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할머니는 "빨리 안오나!!" 하며 손을 잡아 끌었고 손녀는 손을 잡힌채로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엄마는 "저 조그만 애한테 소리 지를게 뭐가 있노 너무하시네." 하고 말하시는것이다. 그래서 나는 "엄마는 어릴때 나한테 소리 지른적 없나?" 하고 물었고, 어머니는 웃으며 "나는 니 말 안들어서 발로 툭툭 찼다!" 하는것이다. 나는 듣고 빵터져서 "엄마가 저 분을 뭐라고 할게 아닌데?????ㅋㅋㅋ" 하며 웃었다.
그러자 엄마는 "그때 니가 하도 울어서 달래주다가 지쳐서 발로 툭툭차면서 밀었다! 그러더니 더 울어가지고 티비 보여줬지!" 라고 했다. 엄마가 원래 특이한건 알았는데 처음듣는 이야기라 계속 웃고 있었다. 엄마는 말을 이어가며 " 아니 근데 니가 그거를 쪼르르 어린이집 가서 선생님한테 ' 엄마가 티비 안보여줘서 울었는데 나 발로 찼어요!!' 라고 일러 바쳐서 살다살다 어린이집에 내가 불려갔다!!" 라고 했고 그 당시 선생님은 엄마한테 '어머니 너무 화가나도 자식한테 발을 올리는건 안됩니다' 라고 하셨고 어머니는 어이없고 웃겼다고 한다.
나는 엄마가 좋다. 어릴때는 자주 못있다보니 엄마처럼 바쁘게 일하지 않을거라고 많이 얘기 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일을 해보고 돈을 벌어보고 나니 나혼자 먹고 사는것도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데 부모님중에 한명만 일하는건 힘들었겠구나 하고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같은 직장을 가져서 엄마와 똑같이 살고 싶다는 아니고, 엄마의 생각을 닮고, 엄마의 말들을 닮고, 하나하나 말할때마다 사람들을 웃게 만들어주고 싶다.
20대인 지금 엄마와 더 친해지고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된것 같다. 언제나 믿고 바라보고 있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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